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다. 초등학교(우리땐 국민학교) 시절 내가 즐겨쓰던(?) 독후감 첫 구절이다. 독후감 쓰는 법을 설명하는데 보면 맨 처음에 왜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 쓰라고 했기 때문에, 솔직한 나는 저렇게 적곤 했다. 지금보면 무척 우스운데, 한 가지 느껴지는 건 예나지금이나 난 참 직설적이었다는 점이다. -.-;
어쨌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책은 회사 같은 팀 동료 분께서 대학 졸업 축하한다고 자신이 재밌게 읽은 책이라고 선물해주셨다.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권만 선물해주셔서;; 상권을 모두 읽고 하권은 내가 구입해서 읽었다. 빨리 읽고 싶은 맘에 퇴근길에 교보문고에 가서 직접 샀는데(9000원), 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쌌다.(6750원) -_-;;
줄거리를 말하면 돌이 날아올테니 생략하고.
책을 읽은 소감을 한 번 말해보면, 무척 재밌었다. 중간중간에 '기묘한 이야기' 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들이 나오는데-하늘에서 뭔가가 우루루 떨어진다거나,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 세계가 나온다거나 고양이와 대화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어른들이 읽는 소설치곤 꽤 옛날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주인공인 다무라 카프카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로부터 저주를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15세 소년'이 되려고 몸을 단련하고, 학교를 등지고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혼자 가출을 단행한 그런 억센 소년입니다. 작가(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15세는 확실히 아무 것도 확립되지 않은 나이임에 틀림없다.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어느 정도 객관성(순수성?)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15세를 넘어서 20대 30대가 되면 세상의 현상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고, 그보다 어리면 제대로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근데 주인공인 카프카는 꽤 어른스러운 15세이다. 책을 읽으면서 애 같은 면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내가 아직 정신연령이 어린건가 ㅜㅜ) 실수도 별로 하지 않고 당황은 가끔 하지만 대체로 상황에 대한 대응도 적절하게 잘 한다. 역시 늙은 아저씨(하루키)가 어린이인 척 하는 건 무리겠지.
내가 재밌게 본 것은 등장 인물들의 변화였다. 주인동 카프카의 성숙해가는 변화, 부주인공격인 나카타 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변화, 가설을 꿀꺽 삼킨채 가버린(그래서 나도 가설의 증명 여부가 무진장 궁금한 -_-;;) 사에키상의 변화, 약간 껄렁해보이던 호시노상의 긍정적인 변화. 소설이든 게임이든 변화하는 맛에 즐기는 것 같다. 나도 계속 변화해야 할텐데 말이지.
아, 한가지. 이 책 대중교통에서 보기는 좀 뭐하다. 왜냐하면 챕터마다 소제목이 있고 소제목인 만큼 글씨가 큰데 가끔 제목이 좀 그렇다. 버스 자리에서 옆에 사람이라도 한명 앉아 있으면 좀 조심스러워진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어느 날은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어떤 여자분이 앉아 있는데 페이지를 넘기니 떡하니 나타나는 소제목 '제 39장 근친들을 향한 성적망상의 밤'. 재빨리 읽고 넘기느라 힘들었다.
한 번 읽어봐서는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들을 모두 느낄 순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시간나면 한 번 더 읽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