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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껴안기에 해당하는 글 1건
2006/10/18   Tree hugging - (1) (8)


Tree hugging - (1)
이번 학기에 '생명과 환경'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 초반부터 생명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니 우리는 모두 하나의 생명, 나아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가이아 이론을 힘주어 설명하시던 교수님께서 개별 숙제를 내주셨다.

이름하야 나무껴안기! -ㅁ-;

학교내에 있는 나무 중에 하나를 골라 내 나무로 정하고 학기 중에 가끔 몇번 찾아가서 껴안고 대화도 나누고(-_-;;) 등등을 한 후에 기말에 일지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제이다. 학기 초부터 했어야 하는 건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시간이 좀 나서 나무를 찾아나섰다.

조건은 학교 건물로부터 되도록 먼 숲에서 찾을 것. 그렇다는건 역시 청송대밖에 없다. 혜식이형이 생과대 뒤에 있는 산을 추천해줬는데 집에서 가깝긴 하지만 나무를 껴안고 대화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과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1. 내 나무 찾기

청송대에 가보니 과연 껴안을 만한 나무들이 많았다! 게다가 껴안고 있는 커플도 많았다! ;; 우후~ 이런 분위기라면 껴안아도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수줍은 변명일까. 나름대로 내 나무의 조건을 생각해보았는데,
1. 내가 팔을 쭈욱~ 펴서 한아름 안을 수 있을 것.
2. 몸에 해롭거나 해로워보이는 이물질을 내가 안을 부위에 많이 갖고 있지 않을 것.
3. 표지가 뚜렷해서 다음에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
4. 이리저리 많이 휘지 않을 것.
정도이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나무들을 공개하자면
화질이 좀 안좋아서 더 자세히 나오진 않았는데(클릭하면 더 자세히 보인다) 이 녀석들은 거미줄도 많이 껴있고 그래서 껴안기가 좀 그렇다. 웬만큼 좋은 비위를 가지지 않고서야..

청송대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드디어 한녀석을 찾았다. 이 녀석은 모양도 그럭저럭 곧게 뻗어 있고 앞에 나온 녀석들처럼 거미줄 같은 것도 없었다. 게다가 뒤에 표지판까지 있다! 모습을 공개해보면...
표지판이랑 돌 때문에 눈에 잘띄어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몇몇은 이 나무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이 나무의 둘레는 꽤 커서 내가 양팔로 감싸안아도 한뼘 정도가 남는다. 내 손이랑 비교해서 찍어보았다.

사진 상으론 그렇게 그게 안보일거 같긴 한데, 실제로는 무척 굵다.
어쨌든 이 녀석을 내 나무로 하기로 했다.

2. 이름 정하기

내 나무를 정했으니 이제 이름을 지어야 한다. 난 이름을 지을 때 무척 고민을 많이 한다. 뭘루 지으면 부르기 좋을까 뭘루 지으면 재밌을까 뭘루 지으면 흔하지 않을까. 사실 부르기 좋은 이름보단 재밌는 이름을 선호한다.(그냥 내가봐서 재밌으면 된다) 고민하다가 지은 이름!
돌다 나무!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1. 내 나무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다가 찾았고 나무 상태가 괜찮은가(거미줄은 없는가) 나무 주위를 빙빙 돌다가 정했다.
2. 위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나무 앞에 섯개가 있다.
3. 그리고 웬지 순우리말 같애서.
너무 단순하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재밌으니 -ㅁ-;

3. 살펴보기

멀리 떨어져서 볼 때는 몰랐는데 이 녀석 꽤 단아하다. 나무 껍질도 다른 나무들은 껍질이 얼기설기 붙어있는데 반해 치밀하게 붙어 있었다. 둘레가 무척 넓으면서도 껍질들이 아직 치밀한걸 보면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닐 것 같다. 나이가 한 20년쯤 되었을까?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보았다.

나뭇잎은 너무 높이 달려 있어서 옆에 있는 같은 종의 다른 나무의 것을 찍어보았다. 그리고 떨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낙엽, 떨어진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낙엽을 차례로 찍어보았다.
원래는 수집하여 일지에 붙여야 하지만 이렇게 낙엽을 하나둘 다 주워가면 안될 것 같아서 사진만 찍었다.

깨끗해 보이는 돌다한테도 흠은 있었다. 바로 나무 밑둥이 조금 썩어보인다는 것. 그래서 혹시 죽지 않았나 의심도 해보았지만 나뭇잎들이 파랗게 잘 자라고 있어서 잘 자라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근데 저렇게 썩는 건 어째서일까?

4. 껴안아보기

한번 스윽~ 껴안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봤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청명한 향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약간은 건조한 냄새. 그리고 손끝에 느껴지는 거칠거칠한 촉감. 이상고온이 유지되고 있는 건조한 가을날씨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대화는 아직 차마 못하겠다. -_-;; (나중에 등을 대고 혼잣말이라도 해봐야겠다;;)

일단 첫번째 방문은 여기까지~!

아참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달아주세요~~ -ㅁ-;;; 잎을 보면 뭐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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